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저의 생명의 은인인 자동차 포니입니다.

배남수
  • 2024.08.19
  • 조회 100
1 LIKE


차종 : 포니2 CX


차량연식 : 1986


차량상태 : 86년식 포니입니다. 정비가 필요할 경우 최대한 순정으로 유지하려고 합니다만, 부품 수급문제로 연료통을 티코로 개조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외관이나 실내 모두 연식대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플라스틱 관련된 외장재, 내장재는 구하기도 힘들고 변색되고 부러진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앞유리 관련 고무 몰딩 마감재가 경화되어 실내로 물이 떨어질때도 있습니다. 옆쪽 윈도우 웨더 스트립 부품은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내용
저는 1975년식입니다. 저는 진주에서 태어나 4살때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정상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도중 당시 대우자동차 맥스 픽업트럭(싱크대관련 직종)에 치어 공중 4바퀴를 돌고 착지불안정으로 머리가 깨지는 사고로 당시 도로에는 피가 흥건하였고 119시스템이라는게 없어 얼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될 상황이었습니다.

근처 집에 계시던 어머니가 맨발로 사고 현장에 도착하였지만 당시 한적한 도로에 차는 별로 없었고 다니는 차량도 차량내 가죽시트가 아니라서 직물시트에 피가 묻으면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저를 병원으로 태워주지 않았고 심지어 지나던 택시도 모두 승차 거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도중 하늘색 신사가 몰던 포니가 저를 싣고 병원에 내려주고 갔다고 합니다. 물론 아무런 댓가도 없었고 연락처도 없었기 때문에 그 분을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여 머리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출혈이 너무 심하고 나이가 너무 어려 봉합 수술은 불가하여 의료용 스테이플러 같은 것으로 찍어서 지혈하면서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수술이 마친후 의사는 제가 조금만 더 늦게 병원에 도착했을 경우 출혈과다로 의식회복은 물론 장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과다 출혈이 위험한 상황이었음을 알려주셨다고 합니다. 의식을 회복한 뒤 저는 생명에 지장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름, 주소 등을 정확히 외우는 등 머리 내에도 이상이 없어 한달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병상에서 치료 도중 갑자기 어머니에게 제가 어떻게 사고가 나서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당시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도중이었고 바닥에 손가락만한 장난감이 있어 이것을 주우려고 몸을 숙이게 되었는데 너무 작은 꼬맹이였고 사고를 낸 차주의 전방 주시 태만으로 사고가 났으며, 저를 태워주신 분은 하늘색 포니1을 몰던 중년 신사였고 시트에 피로 범벅이 되었지만 본인은 바로 현장에서 가버려 제대로 된 감사의 인사도 하지 못했고 이후 감사한 분을 찾아 사례도 못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이 말씀은 초등학교때부터 항상 마음속에 남아있었습니다.
"하늘색 포니", "중년신사", "생명의 은인"
머리속을 항상 맴도는 감사함과 차에대한 애정으로 시간을 보내던 중 저는 우연히 하늘색 포니를 소유하고 나도 그분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는 중년신사, 누군가의 생명의 은인은 아니지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1986년식 포니2 CX 하늘색을 보고 생명의 은인이었던 그분에 대한 생각과 내가 추구하려던 삶의 방향이 순간 오버랩이 되면서 가격과 상관없이 무조껀 내차로 만들겠다라는 생각으로 멀리 일산까지 가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주도로 와서 즐거운 하늘색 포니의 라이프와 제주의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이 모든것이 들어 맞으면서 출퇴근 및 여행지에서 만나는 즐거운 추억이 되면서 즐거운 자동차 라이프를 추구하였습니다. 포니가 아플때마다 제 마음이 아파서 제대로 된 정비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세월을 흘러 포니를 정비할 수 있는 많은 기술자들이 없어진 상황이었습니다. 카페에서 도움도 얻고 부품도 구하면서 중요부품인 카브레타를 정비하기 위해 인천과 대전에 가서 카브레타 장인을 만나서 카브레타 오버홀을 하여 괜찮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몇년전에는 연료 라인이 막혀 원인을 찾던 중 연료통 내의 녹이 의심되어 연료통을 내렸지만 구할수는 없었고 당시 철제 연료통은 세월에 녹이 많이 발생되어 필터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평소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는 쉐보레 바로정비 사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연료통을 티코로 개조하여 트러블을 없애고 지금까지 문제 없이 타고 있습니다.

물론 이때 현대자동차에 무슨 티코 부품이냐는 맞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지만 포니의 공도주행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체면은 필요 없었고, 혹시라도 추후 여건이 된다면 원래 연료통 내부를 잘라내어 녹을 제거하고 코팅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부품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차에 있는 전화번호로 많은 전화도 받았습니다.
특히 박물관에 저의 이름으로 입고하자는 제의도 있었지만 저는
"박물관에 가면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공도에서 마주치는 포니는 입장료가 없다"라는 핑계로 거부하였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이 포니에 대한 가족과의 추억을 들을수도 있었습니다.

이제 제가 포니에게 받은 생명에 대한 귀한 사랑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지만 저의 포니가 노화되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아픈 마음을 치료하고 출고 당시의 포니의 멋을 느끼며 앞으로 30년 더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 LIKE
목록보기

비밀번호 입력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