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의 첫 차 '엑쿠스'
김태호- 2024.07.23
- 조회 475
차종 : 엑센트
차량연식 : 1997
차량상태 : 양쪽뒤휀다 부식 및 전체적인 찌그러짐 있음, 오일을 많이 먹고 있으며 전체적인 상태 좋지 않음.
내용
안녕하세요.
우리 가족 모두의 첫 차인 1997년식 엑센트입니다.
아버지께서 출퇴근 용도로 2002년에 중고로 구매하신 차입니다.
첫 차라고 매일 유리도 닦아주시고, 조금만 이상 있으면 정비소에 달려가서 수리도 하고 차를 매우 아끼셨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일하시는 업계의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차를 신경 써주지 못하게 되었죠.
그래도 구매 직후에 이 차로 강원도, 경상도, 보길도라는 섬까지 쌩쌩 잘 다녀왔습니다. 우리 가족의 첫 여행이었습니다.
어머니도 2005년에 면허를 취득하시고 이 차를 첫 차로 운행하시면서 직장을 구하게 되셨고, 편하게 직장 출퇴근도 하셨습니다. 복잡하고 좁은 서울 길에서 이만한 차가 없다고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다 신호 대기 중 초보운전 차가 운전석 측면을 들이 받는 바람에 어머니가 꽤 크게 다치셨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서 아직도 신경통에 시달리고 계시네요.
제가 성인이 되고 논산으로 군 입대를 하게 되었을 때도 이 차를 타고 입대했습니다. 그 당시 13년 된 차였고, 차 관리도 많이 못 해줬던지라 가는 도중에 고장이 나는 건 아닌가 걱정했지만 기특하게도 무사히 잘 도착했습니다.
전역 후에는 제가 면허를 따게 되었고, 그때부터는 제가 이 차를 전적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제 손에 들어와서야 그나마 차량관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상태가 안 좋을 대로 안 좋은 차였지만, 하나하나씩 천천히 관리해 주니까 전체적인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후방카메라와 블랙박스도 직접 달아주고, 여러 가지 부품들도 DIY로 달아 주면서 정성을 많이 쏟았습니다.
같은 동네 살던 친구들이 이사를 가면서 얼굴 보기 힘들었는데, 이 녀석 덕분에 편하게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죠.
남들은 똥차라고 놀릴지 몰라도 저에게는 에쿠스 몹지 않은 차라고 '엑쿠스'라는 별칭도 지어줬습니다.
그러나 차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하나하나씩 고장이 잦아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오일을 많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정비소에서 수리를 하려고 해도 거절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노후된 차는 수리해도 또 고장이 날 수 있으니 차라리 폐차하고 중고차를 하나 구입하기를 권했죠. 또 차량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수리하면 끝도 없을 거라는 이유였습니다.
나름 열심히 관리해 주었고, 정성도 들였지만 연식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차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하여 장거리 운행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중고차를 한 대 구입했습니다.
엑센트보다 더 크고 옵션도 좋은 차지만, 아직도 저는 엑센트에 더 정이 갑니다.
요즘은 운행을 거의 하지 않아서 주차장에 세워져 있지만
어머니가 엑센트를 보실 때마다 어떤 차보다도 우리 엑센트가 제일 이쁘다 하십니다.
20년 넘게 우리 가족의 발이 되어주었던 차라서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관리를 잘 못해주었음에도 큰 고장없이 잘 버텨준 고마운차이며 가족같은 차 입니다.
언젠가 복원해 주리라 생각하면서 가지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게 현실입니다.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쌩쌩하게 달리는 '엑쿠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도움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