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주셨던 선물, 저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권순규-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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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 : 파제로
차량연식 : 1997
차량상태 : 외관 도색이 많이 까지고 휀다에 부식으로 구멍이 뚫려있음. 앞유리 금이감. 내부 대쉬보드나 도어트림쪽에 담배빵이랑 기스 등 세월의 흔적이 다수있음. 하체 소음있음.
내용
저는 지방에 살고 있는 30살 청년입니다.
17년도, 처음으로 직장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었고 그때 선물로 아버지께 차를 받게되었습니다.
사회초년생에 자동차에 대해 완전 무지했던 저는 아버지의 권유로 ‘갤로퍼’라는 차를 첫차로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의 일 특성상 차에 짐을 많이 싣고 다녔어야해서 이 갤로퍼 벤은 좋은 발이 되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께서 이 갤로퍼를 너무나 좋아하시고 자주 끌고다니시곤 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본인이 가지고 싶었던 차라고 하셨습니다.(그래서 저한테 무조건 갤로퍼 사야한다고 하신거였음...;;)
저희집은 가족이 6명으로 많다보니 아버지께서는 항상 suv를 끌고다니셨고 가정 형편상 차를 2대씩 가지기는 힘들었기에 2명만 탈 수 있었던 갤로퍼 벤은 아버지가 예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소히 말하는 ‘드림카’였다고 하시더군요.
이 갤로퍼를 시작으로 삭막했던 부자관계에 많은 추억과 행복을 안겨주었습니다.
오프로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저를 데리고 오프로드가 뭔지 보여주겠다며 함께 강에 차를 끌고가보기도 하고, 오지에 들어가 컵라면도 함께 끓여 먹은 기억도 있습니다.
차는 잘 관리해줘야 한다면서 주말에 쉬고있는 저를 괜히 데려가 차 바닥에 새로운 장판도 깔아주고, 평소에 함께 집에 있어도 각자 핸드폰보고 tv보느라 말이 없던 부자사이에 갤로퍼라는 공통된 주제로 이야기꽃도 많이 피웠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순간은 영원한줄 알았으나...저와 아버지에게 큰 시련이 닥치니(저보다는 아버지셧을 듯...) 바로 노후경유차 운행제한의 시행이였습니다.
저의 직업특성상 짐을 싣고 서울 및 다른 지역에 많이 다녀왔어야 했는데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시행으로 인해 운행이 불가해지게 된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처분해야하는 상황이 오게됐고 저도 정도 많이들고 추억도 많이 쌓은 첫차였던 만큼 보내기 싫었지만 보내게 되었습니다.
차를 보낼 때 마지막으로 찍었던 사진을 보니 지금도 그때 감정이 생생하네요.
하지만 저 이상으로 우울감이 빠지신 분이 계셨으니 바로 아버지셨습니다.
차를 보내고 한동안 중고차 사이트에서 꾸준히 갤로퍼를 구경하시는 아버지를 보니 마음 한편이 짠했습니다.
그러다 머뭇머뭇 저에게 “아들 갤로퍼 한 대 살까?” 라고 묻는 아버지에게 나라에서 폐차하라는 5등급 차를 또 뭣하러 사냐며 이쯤에서 그냥 묻어두라고 무심하게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갤로퍼는 기억속에서 점차 잊혀지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본 낯이 익으면서도 조금은 다른 자동차.
그 이름을 들어보니 ‘파제로’였습니다. 그러곤 문득 떠오릅니다.
아버지가 귀에 딱지가 안도록 이야기해주신 갤로퍼라는 자동차 이야기중에 나온 단어 ‘파제로’
간단히 정리하면 갤로퍼는 현대가 개발한 자동차가 아닌 일본 파제로라는 자동차를 라이센스 생산하여 이름을 바꿔 출시한차가 갤로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던 한탄섞인 말씀...
‘파제로는 가솔린 모델이 주력이였으나 갤로퍼로 생산되면서 디젤이 주력으로 생산되었다. 갤로퍼도 가솔린이 주력이였다면 경유차 운행제한에 걸리지 않고 오래도록 탈 수 있었을텐데...’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한 평생을 헌신하시고 본인의 사소한 욕구도 절제해 오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원하셨던, 그 드림카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입니다.
일단 앞뒤 생각하지 않고 차를 구매하였습니다.
저 또한 제 차를 구매하기 위해 돈을 모아두고 있었지만(지금 타고 있는 차는 구형 모닝)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모든 돈을 써서 구매하게 된 것입니다.
들고와서 차를 보니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차츰 차츰 고쳐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퇴직을 앞둔 상태이셔서 깨끗하게 고쳐서 퇴직선물로 드리면 너무너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차를 가져오고나서 지금 껏 차를 하나씩 하나씩 고쳐나갔습니다. 다만 최근에 경기가 안좋아 이곳저곳 돈 나갈곳도 많아지고 하면서 차 고치는 진행도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원래는 퇴직 직후에 선물로 드리려고 했던 것을 늦출 수 밖에 없겠다 생각하던 찰나에 이 삼성화재 삼별카 복원실 이라는 것을 보게되었고 사연을 적게 되었습니다.
물론 추억이 담긴 차량을 복원시켜준다는 취지에서 제 사연은 엄밀히 따지면 맞지 않는 사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아버지의 추억속에 남아있는 갤로퍼처럼 저와 아버지가 만들어나갈 추억이 될 미래에 이 차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셧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긴 사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