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조금은 더 효도 기한이 늘어났으면 하는 아들의 사연 (sm520)

한병기
  • 2024.08.20
  • 조회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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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 : sm520


차량연식 : 04년식


차량상태 : 도장까짐, 누유, 오른쪽 바퀴에서 소리남


내용
차 종 : 삼성 sm520

차량연식 : 04년식 (정확하게 모름)

차량상태 : 에어컨잘안됨, 누유있음, 달릴 때 차에서 소리가 남

내 용 : 안녕하세요, 사연 있는 자동차라면 응모 가능하다 하여 어머니 차인 sm520복원을 신청합니다. 부디 선정되어서 어머니의 이 차가 '새 차를 뽑아드리는 효도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때 까지 조금 더 움직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 엄마의 첫 차는 빨간색 프라이드였다. 해치백이라는 의미를 몰랐기에 나는 이 차를 트렁크로 연결되는 뒤 부분이 없어 꼬리 없는 차라고 부르곤 했다. 지금은 다양한 색의 차들이 다니지만 그 때 당시만 해도 색 있는 차들이 많지 않던 시절, 멀리서 오는 빨간색 차는 우리 엄마 차였고, 대게 그 빨간 차는 내 앞에 멈춰 엄마를 나타나게 하는 마법과 같은 차였다.
나는 이 차의 매연 냄새를 좋아하곤 했는데, 그 시절 방구차라 부르던 소독차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오래 전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기억도 이 매연과 관련되어 있는데, 시동이 걸린 차 뒤에서 매연 냄새를 맡으려 쭈그려 앉아 있다 크게 혼난 기억은 몇 개 남지 않은 아버지와의 기억 중 하나이다.

두 번째 차는 검은색 스포티지였다. 큰길에서 멀리 있는 빨간 차를 보고 엄마! 하고 달려들다가 사고가 났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그쯤 우리집 차가 검은색 스포티지로 바뀌게 되었던 것 같다. 이 때부터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서 나의 모든 이동이 이 차로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많은 이동이 이 차와 함께 이루어 졌기에 참 많이 기억에 남는 차이다. 여담으로 아직 엄마의 핸드폰 번호에 아직 이 차의 번호가 남아 있기도 하다.

사연의 주인공인 sm520은 내가 대학교를 갈 때 즈음 노화로 은퇴한 스포티지를 대신하러 우리집에 왔다. 위에 두 차와 비교하자면 사실 나는 이 sm520과의 추억이 많지 않다. 어른이 되기 전의 자동차가 또 하나의 가족과 같은 느낌이라면 머리가 조금 큰 후 자동차는 말 그대로 물건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 차는 그저 호기롭게 상경하며 성공할 때까지 잠깐 우리 엄마의 발이 되어줄, 금의환향하여 새 차를 선물할 때 까지만 사용될 계획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고시를 준비해서 붙을 때까지, 괜찮은 곳에 취직할 때까지 등등 약속했던 효도의 기한은 점점 늘어났지만 sm520은 꽤 잘 버티어 주었다. 잔고장 없이 묵묵하게 엄마의 발 역할을 하며 죄스러운 마음에 1년에 한번이나 고향에 내려가는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는 것도 무리 없이 해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큰 착각을 했다. 괜찮을 거라는 생각. 도장이 까져 세차를 안 하게 되어도, 누유가 있어 가득 기름을 넣지 않게 되어도, 방지턱을 넘을 때만 나던 끼릭끼릭 소리가 이제는 그냥 달릴 때 나기 시작했어도 아직은 굴러가니까 외면했었다. 그래도 고향에 가면 이 차는 엄마와 함께 움직여주니까. 그 생각이 슬슬 바뀌기 시작한 것은 살고 있는 서울에서 sm520이 슬슬 안보이기 시작하면서였다. 언제까지나 도로에서 굴러다닐 것 같았던 이 차가 슬슬 안보이기 시작하더니 움직이는 sm520보다는 세워져 먼지가 쌓인 sm520을 찾는 것이 더 쉬워졌다. 애써 외면했던 효도의 기한이 다가오고 있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이 사연을 신청한 이유는 20년 묵은 새 차를 사주겠다는 약속의 기한을 한 번만 더 늘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못했다. 빨간색 차를 타던 그 시절의 어머니 보다 나이 들었지만 아직도 정식사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약속은 무조건 지킬 것이다. 효도는 남의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 다만 바라건대 그 때까지 버틸 수 있게 이 사연이 채택되어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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