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먹은 스웨덴 이민자의 회춘을 부탁 드립니다.
정우진-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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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 : 사브 9-3 se
차량연식 : 2001년식
차량상태 : 운행가능 크게 미작동 부위는 없음.실낵을 다소 찌든때 및 낡음.시트 뜯어짐은 없으나 늘어나고 닳았음.외장 파손부위는 없음.군데군데 찍힘 존재.부분 색바램.플라스틱부위 파손 및 바램.라이트 복원 필요및 내부전구 상이함.
내용
안녕하세요. 23살 스웨덴 출신 이민자와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올해 44살인데 제 나이 또래는 알겁니다. SAAB 사브란 자동차를요. 전투기 항공기 브랜드로 유명한, 한때 볼보와 쌍벽을 이루던 고성능 브랜드지요.
이 친구를 처음 만나게 된 건 다름아닌 동생의 여자친구, 즉 예비 제수씨를 만났을 때였습니다. 서른살 미혼여성이 말도 안되는 차를 갖고 있더군요. 바로 옥색으로 빛나는 01년식 사브 9-3SE 였습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세단보다 훨씬 큰 트렁크와 미려한 리어라인을 가진 해치백이었습니다.
어찌 이런 친구를 손에 넣었는지 물어보니, 아버지가 주신 차량이라고 합니다. 알고보니 동생의 장인어른 되실 분이 젊었을 적 차를 매우 좋아하셨고 당시 고가의 수입차를 여러대 운용하셨다고 해요. 그리고 수십년이 지나고 마지막으로 소유하고 계신 차량이 바로 두대의 사브, 그 중 스포티한 해치백을 딸에게 물려준거죠.
하지만 제수씨가 차량관리에 밝지 않은터라 차를 제 눈에는 그냥 방치돼 있는 차량으로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애가 닳아 죽겠더라구요. 이제 가면 다시 볼 수 없는 모델인데 저대로 방치돼 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하지만 관계가 관계인 터라 말도 못 꺼내고 끙끙대다가, 결국 동생의 중재 덕분에 제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국내에 거의 유일하게 사브모델을 다루는 정비센터에 가서 점검도 받고 당장 급하게 교체해야 할 소모품과 부품을 교체해 준 결과 운행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 만들었습니다만,
23살이나 먹다보니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외장은 어지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그래도 관리를 잘해 실내는 찌든때를 빼면 어느정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외형은 들여다보면 볼 수록 흠이 자꾸만 눈에 띄네요.
게다가 나름 올드카의 반열에 들어가다 보니 아무데나 맡길 수 없는 것도 있고 비용도 무시못할 수준입니다. 그래서 용기 내 복원을 요청드려 봅니다. 부디 23년전 고향 스웨덴을 떠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브에게, 마지막 전성기를 불태울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축복을 주십시오.
사돈어른께서 잘나가실때는 1년에도 몇번씩 차량을 교체하고 여러대를 소유하셨다고 들었어요. 20년이 넘게 흐른 후 두대의 차량이 남았다면 그 만큼 애착이 깊고 사랑을 주었다는 거겠죠. 그런 차량이니 큰딸의 발이 되라고 주셨을 겁니다. 이 귀한 친구의 마지막을 책임지겠다고 끌고왔으니 제가 어떻게든 한번 더 전성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제 소원이라면 죽는 그 순간까지 이 친구와 함께하다가 관대신 운전석에 앉아 그대로 묻히는 것입니다... 제 소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