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 : 렉스턴

차량연식 : 2015

차량상태 : 앞 범퍼 약간 탈거 된 상태, 하부/문짝 미세 부식, 그 외 스크레치, 문콕

내용
안녕하세요.
2016년부터 저희 가족의 이동과 안전을 책임져주었고, 숱한 사건사고에도 망가지지 않고 튼튼하게 버텨주었으며, 이제는 저의 발이 되어줄 저희 집 흰둥이 렉스턴을 소개합니다.

이 녀석은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부모님께서 전시차/재고차 할인을 받아 어마어마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업어왔던 차량입니다. 이전에 부모님께서 은색 갤로퍼와 테라칸을 운행하셨고, 녀석들의 각지고 투박한 디자인에 익숙해져있던 제게 동글동글하고 유려한 디자인과 뽀얀 바디 색상의 렉스턴은 너무나 예뻐보였습니다.

사골 모델이고 승차감도 다소 꿀렁이지만, 크고 튼튼한 차체, 그리고 오래 우려 먹어서인지 고질병이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신뢰도가 높아 저희 가족의 속을 크게 썩이는 일도 없었습니다. 어렸을 적 제 몸이 허약하여 온 가족이 시골로 이사를 온 이후로 사륜구동 SUV 차량은 저희 가족의 필수 아이템 이였는데요. 이 녀석 비포장길, 눈길에서도 정말 탁월하고 기특한 녀석입니다.

이 녀석과 함께 겪었던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어 첨언드리자면

1. 혼유사고...!

디젤 차량인 이 녀석이 휘발유를 먹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던 동생과 전화로 말다툼을 하던 어머니께서 정신없던 틈에 차에 휘발유를 주유하셨던 겁니다..

사건 당시 어머니와 함께 차에 타고 있었는데, 한밤 중 구불구불한 산 길 오르막 한복판에서 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졌고, 어머니께서 시동을 한번 더 거시고(...) 300m 정도 더 이동한 후에 차의 시동이 완전히 꺼져버렸습니다.

차는 견인되어 정비소에 끌려갔고, 정비사님으로 부터 "엔진을 완전히 내려야 할 수도 있어서 수리비 800만원은 생각해야한다" 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멘붕, 아버지는 어머니를 놀려대던 밤이 지나가고 다음 날 놀랍게도.. 엔진 상태가 괜찮아서 자잘한 부싱만 교체하면 된다는 소견을 듣게 되었습니다! 당시 수리비 300만원 정도에 수리를 마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혼유사고에 이 정도 수리비라니, 정말 다행이고 또 놀랍습니다.

2. 장마철 물살에 떠내려갈뻔하다

사건 당시 차에 부모님께서 타고 계셨습니다. 그 해에 동네 다리가 무너질정도로 어마어마한 장마가 왔었고, 미성년자 동생이 정전된 집에 혼자 있는 상태였습니다.

어머니께서 걱정 속에 집으로 차를 몰던 도중, 집 앞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겨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앞에는 이미 벤츠 세단 한대가 물에 잠겨있었고 벤츠 차주분께서 오지 말라고 수신호를 하고 계셨던 상황이였습니다. 허나 집에 혼자 있는 동생이 매우 걱정되던 부모님께서는.. 무모하게 그 도로를 도하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그렇게 차 본네트가 잠길 정도로 침수된 도로로 진입하셨고, 아니나다를까 차의 시동이 꺼지고 차가 물살에 조금씩 떠내려가는 것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허나 부모님은 포기하지 않으셨고 기어코 물 속에서 다시 시동을 거는 것에 성공하여 총 3번의 재시동 끝에 침수된 도로를 건너셨다고 합니다. 이 후에 정비소에 갔는데 정비사님으로 부터 차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부모님께선 지금까지 '렉스턴은 중고로 팔 생각 말고 폐차 할 때 까지 안고 가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계십니다. 놀랍게도 이 사건으로 부터 4년이 지난 지금도 차의 주행에 문제가 없습니다.

부모님의 발이였던 이 차량을 통해 저 또한 운전을 배우고, 면허를 취득했습니다.참 고맙고 튼튼한 녀석이죠, 사회초년생이 된 지금 소형 중고차를 알아보던 제게 부모님께서는 첫 차는 튼튼한 것을 타야한다며 올 해 안에 이 흰둥이 렉스턴을 물려주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정말 폐차할 때 까지 애지중지 아껴가며 운행할 생각입니다. 만약 이 자동차에 평소 즐겨보던 미션 카파서블의 덱스형의 손길이 더해진다면 정말 소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숱한 사건사고를 겪고도 굳건한, 제가 정말 애정하는 저희 집 흰둥이 렉스턴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저, 그리고 렉스턴이 함께 찍힌 네이버 로드뷰 사진을 첨부드리며 글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유정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