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선생님 저희 재규어 꼭좀 살려주세요..

김동원
  • 2024.07.23
  • 조회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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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 : 재규어 XJ6


차량연식 : 1996


차량상태 : 5년간 공매장에 서있었던 차량, 외관은 볼품없음, 주행엔 문제없음, 에어콘 안나옴, 창문도 안열림...


내용
유튜브 자동차 복원 컨텐츠는 꼬박꼬박 챙겨보는 일반인 자동차 매니아입니다. 특히 덱스형 컨텐츠는 뚝딱뚝딱 차를 쉽게 고쳐나가면서 자가정비의 가능성을 열어주시고(쉽다는건 사실이 아닙니다) 삼성화재 자동차박물관 복원 컨텐츠는 언젠가 일반인에게도 복원의 꿈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저는 10년 전부터 2002년식 벤츠 SLK230을 운영하면서 소모품 교체등의 간단한 자가정비 정도는 직접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는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그간 계속 꿈속에 그리던 차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재규어 XJ6(코드명 x300) 였어요.

잘 복원된 차량은 직장인이 꿈꾸기 어려운 금액이라 군침만 흘리던 차에 오토마트 공매라는걸 알게되었고, 한동안 눈팅하다보니 22년 11월 드디어 XJ6가 매물로 나왔습니다.
"이건 내꺼야 내가 가져와서 취미로 고쳐볼거야" 라는 마음으로 입찰했는데, 정말 안타깝게도 더 높은 금액을 낸 낙찰자가 계셨죠...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일상에 집중하던 차에 그 차량이 유찰되어 다시올라왔고, 이번엔 큰맘먹고 입찰금액을 높여서 2023년 5월에 드디어 낙찰받았습니다.

처음에 차량의 상태는 매우 안좋았습니다. 정면 충돌의 흔적으로 범퍼는 떨어져있고 후드와 휀더는 찌그러져 녹슬었으며, 트렁크와 리어휀더에도 녹이 번져나오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매차량이다보니 키가 없었어요.
(사실 그래서 어떤상태인지도 모르고 일단 입찰을 한겁니다 지금생각하면 미친거죠) 재규어서비스센터에도 문의했는데 키가 단종이라 제작이 불가능하다... 답변을 받으니 미쳐버리는거죠. 영국에도 직접 문의하고 한참을 씨름하니 키를 제작할 수 있는 보안코드를 받았고, 이걸 가지고 키를 깎을수 있었습니다. 재규어는 키도 특이해서 쇠부분이 다른 차와 달리 6각형 기둥으로 달려있어요(tibbe 규격)

아무튼 또 키를 깎았으니 드디어 시동을.. 걸어봐야죠. 안걸립니다.
출장으로 배터리도 갈았어요. 안걸립니다.
아... 기름이 앵꼰가봐요. 말통사서 주유소로 갑니다. 주유소 사장님이 이상하게 보지만 설명드립니다. 기름을 꼴꼴꼴 넣습니다.
안걸립니다.

여름 땡볕에 기절하는줄 알았어요.
10년간 소모품 교체 외에 아무런 탈이없던 SLK에 미안해집니다. 너가 정말 명차였구나...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만했구나...

여기저기 25년된 재규어를 봐줄수 있는지 전화를 돌려봐도 아예 시동이 안걸리는 이 차를 맡아서 봐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재야의 고수님들도 시동이 아예 안걸리는 상태의 차량은 살릴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 포기해라 하셨죠.

마침 천안에 한 카센터 사장님께 연락을 드리니 일단 까보자 하셔서 열심히 같이 깝니다.(귀인이로다)
까는건 사장님이 하시고 저는 열심히 부품을 구해나릅니다.
까보니... 이 차가 운행을 못하고 한참을 서있는 동안 연료주입구쪽 빗물 배수구가 막혔고, 물이 차올라 연료탱크에 넘쳤던 것입니다. 열심히 물을 빼고 연료펌프와 인젝터를 모두 갈아봅니다. 불안불안하지만 시동이... 걸립니다... 감격의 8월9일입니다.
플러그와 코일을 모두 교체했는데 부조가 안잡힙니다. 그만하고 누르냐 마냐를 얘기하다가 부조가 갑자기 없어집니다. (오예)
여기서 다시한번 SLK에 미안해집니다. 독일차는 부품 품번도 체계적이고 구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재규어는 품번도 지맘대로고 없는 부품도 많습니다 정말...

일단 차를 가져와서 제가 뚝딱거리고 고쳐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범퍼없이 운행하면 혼날것 같습니다. 범퍼는 일본에서 직구합니다. 차량색상(블랙)동일한건 구할수가없어서 금색을 구매했습니다. 생각보다 잘어울립니다(w140 투톤느낌). 갑자기 우리나라에 부품차가 나옵니다. 후드와 휀더를 낑낑거리면서 제가 끼워놨습니다.

천안에서 서울 올라오는길에 비가내립니다. 아뿔싸... 와이퍼블레이드가 돌입니다. 창문이 안닦입니다. 이대로 고속도로는 안될거같아 국도로 가봅니다. 옛날에 분명히 주유소에서 와이퍼 워셔액 영업을 정말 많이했는데 주유소 5군데를 가봐도 와이퍼를 안팝니다. 더 깜깜해지면 집에 못간다는 생각에 계속 차를 세우고 닦아가며 간신히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일단 제가할수있는건 간단한 부품 교체부터 해봅니다.
주행할때 바퀴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프론트 휠베어링을 교체합니다. 이너베어링이 박살나서 빠져나오질 않습니다. 새벽에 끙끙거리고 있으니 내가 왜 이헛짓거리를 하나 눈물이 날거같습니다. 그러니까 빠져줍니다... 간신히 갈고 오면서 타니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회사 때려치고 정비배워도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간만에 천안사장님 인사하고 에어콘 점검합니다. 냉매와 오일을 교체합니다. 진공도 잘잡힌다고 합니다. 잘되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시 서울 올라와보니 안되는거같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니 에어콘이 안되면 아무것도 할 자신이 없습니다. 회사 팀이 바뀌고 일도 바빠집니다. 하나도 손을 못댑니다... 이런상황입니다.

제가 여름연차를 모두 반납하고 같이 붙어서 할 자신 있습니다. 꼭 뽑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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