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아버지의 '아버지의 기억'을 복원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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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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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 : 쌍용 무쏘 602EL


차량연식 : 96년식


차량상태 : 외장 전체 크랙과 색바램, 일부 부품 자체제작, 4륜 연결축 제거, 잦은 엔진과열


내용
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의 고집과 추억이 담겨있는 차량의 복원을 요청드리려고 합니다.
아버지의 자동차는 96년식 쌍용 무쏘 602EL 디젤 수동 차량입니다.
30년이 다돼가는 자동차이지만 아버지께서 이 차가 좋다고 애지중지하면서 계속 가지고 계신 사연이 따로 있습니다.

아버지의 첫 자동차는 지금의 제 나이와 같은 37살 때 새차로 구매하셨던 기아 캐피탈이었습니다.
당시 이미 저와 제 동생을 포함한 4명의 가족이 있으신 상황이었고 첫차로 구매한 자동차여서 정말 좋아하시고 많이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많이 남기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몇년 지나지 않아 첫 차를 떠나보내고 당시 일하시던 회사에서의 1톤 포터 트럭을 가족 차량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아이도 두명인데 더블캡도 아닌 트럭에 가족들을 태우기 불안하셨던 아버지는 아주 싼값으로 86년식 스텔라를 구해오셨습니다.
담배냄새가 배여있는 직물시트에 닭다리로 창문을 여는 94년 당시에도 이미 연식이 있는 중고차였습니다.
그래도 저희 가족들을 4명 모두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는 자동차가 생겼다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3년,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손자가 여전히 오래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게 안쓰러우셨던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중고차 구매 비용을 보태 주셔서 지금의 96년식 무쏘를 패밀리카로 맞이 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연신 벤츠 기술이 들어간 차량이라 그런지 차가 잘나간다, 이미 고등학생 중학생이었던 저와 동생은 뒷좌석이 넓다 등등 처음 타보는 SUV에 기뻐했고, 그렇게 선물받은 넓은 무쏘를 타고 저희 가족뿐만이 아니라 할아버지도 모시고 나들이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 후 몇 해 지나지 않아 2005년 겨울, 할아버지는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편하게 눈을 감으셨습니다.

그로부터 20년 뒤, 아버지는 여전히 무쏘를 타고 계시고 아들인 저는 아버지께 새차를 선물해드릴 수 있는 나이가 됐습니다.
패밀리카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작업차량으로 공사장이나 험한 곳에 자주 다니다보니 무쏘의 외장은 떨어지고 깨졌고 그때마다 아버지는 임시방편으로 작업하시는 도구나 재료로 꿰매고 붙여 세월의 상처가 많이 쌓였습니다.
캐피탈 이후 계속 오래된 연식의 중고차만 타고 다니시는 아버지께 새차 비닐을 뜯는 기쁨을 드리고 싶었지만 한사코 아버지는 싫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거절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아들이 늦은 나이에 면허를 땄는데도 다른 아버지들처럼 운전연습을 시켜주겠다고, 드라이브를 가자고도 안하시고 절대로 무쏘의 차키는 안 넘겨주시는것을 기억하고 과장해서 아들보다도 무쏘를 더 아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이벤트를 위해서 아버지와 인터뷰를 할때도 그렇고 폐차나 새차 구매 등 무쏘 얘기가 나올때마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얘기를 듣고 아버지가 무쏘를 놓지 못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왜 그 차 받고 다음해에 네 할아버지 모시고 어디 바닷가 갔었었잖아~"
"그때 이 차 타고 아버지 모시고 식당 어디 갔었잖아~"
"야, 너네 태우고 할아버지도 태우고 할 정도였는데~ 힘 좋지!!"
항상 할아버지 얘기를 같이 하시더군요...

여전히 무쏘는 아버지와 함께 매일 아침 출근을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언제 도로에서 멈출지도 모르는 상태고 외부적으로는 폐차 권고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아버지의 고집과... 아버지의 연세로 봐서 무쏘는 아버지의 마지막 자동차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이나 폐차장 등에서 부품을 구하려고도 해봤지만 개인으로서는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이벤트를 알게 되고 이전에 삼성교통박물관에 전시돼있는 무쏘를 본 기억이 떠올라 삼성화재의 도움을 받고 싶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1년만이라도, 외장만이라도 무쏘를, 아버지의 기억을 복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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