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고마운 차! 앞으로 10년만 더 탈 수 없을까?

문정수
  • 2024.08.18
  • 조회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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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 : SM520


차량연식 : 2002년식


차량상태 : 에어컨, 히터 잘 안됨, 엔진쪽은 잘 모르는데 손을 봐야 할거 같고, 조수석 유리문이 닫히질 않아서 왠만하면 열지 않음. 연식에 따른 노후


내용
"고마운 차다. 참말로 고마운 차야! 내가 이 차 없었으면 어떻게 다니겠노?"
내 차를 타면 우리 엄마가 하는 말이다.

내가 이 차를 만난 건 2014년 8월 14일.
직장을 구하던 중이라, 돈도 넉넉하지 않아 중고차를 구매하게 됐다.
2002년에 나온 차로 올해로 22년. 이 차로 30년을 채우고 싶은 것이 내 욕심이다.
아무래도 오래되다 보니 여기저기 돈 들어갈 일이 생긴다.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여기저기 아파 병원을 가듯, 차도 어쩔 수 없이 가끔은 정비소에 가야 하는데 그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솔직히 걷기 좋아하는 나는 차가 그리 필요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신 부모님 때문에 병원에 갈 일이 많아지면서 없어서는 안되는
이동 수단이 되었다.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셔서 병원을 모시고 다니기 힘들었고, 어머니는 당뇨, 고혈압이 오래되다 보니 부정맥과 심부전 현재는 신장까지 안 좋아져
병원을 자주 갈 수밖에 없는데 연세가 있으시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가
없어 이 차로 다니고 있다.

아버지는 이 차를 몇 번 타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이 차가 아니면
이동을 못 하신다. 그렇다고 이 차가 리프트 차량은 아니나, 엄마의 거동을 돕는
워커를 싣고 어디든 가고 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가 보통 사람 보다 약간 짧아
연세가 드시니 다니기 힘들어하셔서 딸인 내가 모시고 다니는 걸 편하다고
하시고, 이 차를 타는 것이 안심이 된다고 하신다.

이 차는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슬픔을 주었는데,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차 안에서 들어 그 지역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그때가 떠올라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2002년식인 SM520은 올해로 22년이 되었고, 나에게 온 지는 만 10년이
되었다. 운행 거리는 28만을 훌쩍 넘어 29만으로 가고 있다.

SM520은 잘 나온 차라고 웬만하면 고쳐서 계속 타고 다니라고 정비소 기사들이면 얘기를 하는데, 한 해도 그냥은 넘어가지 않고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냉각수가 없는 것도 아닌데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켰더니 따뜻한 바람뿐 아니라
점점 열이 나서 차를 맡겼던 일도 있었고, 오일이 새는지 차의 보닛을 열었더니
기름기가 그냥 보였던 적도 있었다.

차를 바꿀 형편은 안되고, 고쳐야 할 부분은 많아서 손을 대기도 어려웠는데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의 사연 중 당첨이 되어 다시 태어난 내 차로 앞으로 10년만 더 타고 싶다.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옛 것을 복원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행사를 한다는 것이 다른 조직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역시 삼성화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차로 엄마를 모시고 지방 대학을 다니던 조카를 보러 순천을 갔었는데, 지리산 쪽과 순천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차를 갓길에 세우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지리산 근처와 순천이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나만 그때를 잊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엄마도 TV에서 비가 많이 온다고 하면 그때를 얘기하곤 하신다. 진짜 머리털 나고 그렇게 많이 오는 비를 경험한 건 처음이라고!

어머니와 고모를 모시고 아픈 큰어머니를 뵈러 대구에 있는 재활병원에 갔었는데, 경기에서 대구까지 먼 길이라 두 분에게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 포항, 울진, 삼척을 거쳐 다시 경기로 왔던 일도 있었다. 숙소를 휴양림으로 정했었는데 나도 처음 가는 길인데 어쩜 끝이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저녁이라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아 두 분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자연 경관을 보시고는 참으로 좋다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차가 오래되고 오토라 힘이 달려 경사가 있는 길을 오를 때는 뒤에서 차가 오면
상황이 허락만 한다면 2차선으로 운행을 한다. 뒤따라 오는 차에게 피해가 없도록!

제주도를 빼고는 전라도,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 등 10년 동안 참 알뜰히도 이용해서 운전을 못하는 언니와 여동생이 많이 이용했고, 이용하고 있는 차이기도 하다. 온 가족의 추억을 함께 하는 차!

무사고 차량이고 싶지만 주차장에 얌전히 주차했던 차를 후진하다 접촉사고를 낸 사람이 있어 차 앞 범퍼를 교환하고, 비보호 좌회전 차선에 있던 차가 직진 차로 끼어들며 내 차를 박아 상대편 과실 100%로 운전석과 뒷좌석 차 옆 부분은 수리를 해서 차량 전면과 운전석 옆면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속은 오래된 차라 그런지 부식이 되어 조수석 유리창을 열면 닫히지 않아 문을 열지 않고 다니는데, 올여름은 정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정비소 얘기로는 문짝을 아예 바꿔야 할 거 같다고 해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유리창뿐 아니라 에어컨을 켜면 차가 덜컹덜컹 소리가 나고, 어느 정도 주행을 하면 에어컨을 켤 수 있다. 그러다 신호를 만나 조금 정차를 하면 또다시 차가 부르르 떨리듯 소리가 나서 먼 거리가 아니면 에어컨을 켜기가 어렵다.
올여름은 무지 더워서 에어컨 작동이 잘되지 않는 차를 운전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사우나를 하게 된다.

차에 선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첨단 장비는 하나도 없다.
내부 변경은 생각도 못 해서 아마도 2002년 출고된 이후로 한 번도 교체된 적이 없는 듯하고, 중고 구입했을 때 그대로 담배 구멍 흔적도 있다.
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곳을 고쳐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기에
이번 기회에 출고했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
최상의 상태로 복원이 되어 앞으로 10년만 더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차 복원에 당첨이 된다면 유튜브, 인스타 등 모든 SNS에 자랑하고, 삼별카 복원 차량이라는 스티커라도 붙여서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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