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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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레토나 끈질긴 삶 그 이야기

임성열
  • 2024.08.16
  • 조회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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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 : 레토나


차량연식 : 1999


차량상태 : 하부 및 외판에 부식이 많이 있고 하부 볼 조인트들이 안좋습니다. 거의 순정 상태이고 스타트 모터가 안좋은지 가끔 시동이 안걸립니다.


내용
나는 원래 매끈한 세단 보다 투박하고 야성을 뿜는 차를 선호하였습니다 1999년인가 애마인 옛날의 국산찝차 록스타를 폐차시키고 다음 차종을 고민하던중 록스타보다 크고 강한 강렬한 마초 레토나에 꽂혀 물색하던중 전 주인이 두달만에 파양한 은색 레토나 밴을 발견하고 단박에 입양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경기도 ㄷ 시청에 근무하던 나는 레토나를 몰고 출근 시청에 나타나자 동료 직원들은 단순하고 투박한 모습이 꾸밀줄 모르는 촌놈같은 나하고 잘 어울린다고 그랬습니다 역시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레토나밴의 무한한 포용력은 만만치 않은 짐을 동반하는 캠핑, 여행시 빛을 발하였습니다. 크고 작은 많은 짐을 그냥 던져 넣으면 . 비상시는 다리 쭉 피고 잘 수도 있었습니다. 평소 주로 혼자만의 출퇴근용으로 사용한 탓에 뒷자석이 없는 불편을 느끼지 못했지만, 네식구 휴가 여행땐 밴을 선택한 것에 후회한적도 있었습니다. 공무원 박봉으로 가족을 이끌자니 세금 한푼이라도 절약하자는 생각으로 그랬지만 불편함을 감수한 딸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운 감정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사고한번 없었다는 것입니다. 레토나의 단순하며 강인함 묵직한 안정감이 우리 가족을 지켜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가족의 기쁨과 애환을 같이 한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레토나에게 위기가 찾아 왔습니다
세월의 흔적인 부식 퇴색된 도장 외관이 초라하게 변하고 있었으며 정부 시책에 따른 대기오염의 주범라는 불명예가 씌어지고 있었습니다. 굽힐줄 모르는 당당함, 마초의 포스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당시 환경전문 공무원이면서 대기오염담당 팀장으로서 근무를 하던 때라 매연을 배출하는 낡은 디젤차를 운행한다는게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하려했으나 장착대상자체가 안되는 차량임을 알았고 장착업무 또한 내가 책임지고 실행하는 업무 였음에도 불구하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대로 레토나를 포기하고 떠나보내야 하는가 가슴이 아팠습니다
나와 함께한 세월과 추억과 애환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내 늙은 친구인데 점점 규제가 심해지고 치료조차도 안되고 횐경오염이랴는 불명예와 치욕을 견디느니 차라리 명예롭게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고심끝에 조기폐차라는 안락사를 시키기로 결정하였고 이 또한 우리팀의 업무이므로 적지 않은 보상금의 위안으로 애써 아쉬움과 아픔을 달래며 신청 접수를 하였고 이를 가족에게도 알렸습니다.
곧 생각치 않은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사위가 레토나를 본인이 타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사위는 손재주가 좋아 레토나를 가져가 조금씩 손보기 시작했고 차차 컨디션을 회복했습니다. 프로포즈, 신혼여행도 낡고 늙은 레토나와 함께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의 레토나는 제 2의 삶을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다신 볼 수 없었던 레토나가 사위가 올 때나, 사위집에 갔을 때 여전히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반갑습니다 눈물이 나도록 말입니다.
동절기엔 꼼짝 못하는 반쪽 삶이지만 그를 볼 때마다 위안과 용기를 얻습니다 행복해집니다. 늙고 낡았지만 그는 내 오랜 친구입니다.
최근들어 심해진 부식과 부품 수급의 어려움, 5등급차의 규제등으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전국에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유일한 레토나가 될때까지 정비하고 아껴줄 생각입니다. 제 레토나에 회춘할 수 있는 ,가족의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 줄 행운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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