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별카 복원실 사연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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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 작은 하양이

이회자
  • 2024.08.09
  • 조회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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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 : 기아 모닝


차량연식 : 2010년 2월


차량상태 : 운행하는데 문제는 없으나 차량 내부 소음이 큰 편, 사고 이후 휠 축이 틀어져 정비받음. 그 외 전반적으로 오랜 연식으로 노후된 편임


내용
적자만 나던 가게를 정리하고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하려던 어려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막막했던 그 시절, 고용노동부에서 잠시 인턴으로 근무했던 큰 딸의 도움으로 남편은 지역 건강식품회사에, 저는 집 근처 요양병원에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장성하여 취업을 하였기 때문에 우리 부부가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남편도, 저도 너무 무리를 했는지 건강에 적신호가 왔습니다. 딸 아이들의 결혼이 코앞이라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저는 기존의 3교대 근무가 아닌 일을 찾아보다 공공기업의 환경미화일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오후 3시에 퇴근하는 일이어서 아침 잠이 없는 제게 딱이었습니다. 문제는 거리였습니다. 오래된 동네라 버스도 몇 대 없었고, 새벽 시간의 버스 타기는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문제될 것은 없다는 각오로 더 일찍 일어나 큰길에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반복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버스를 타기 위해 한참을 걸어 다니던 제 모습이 큰 딸 입장에서는 안쓰러웠나 봅니다. 본인이 타던 하얀 모닝을 제게 주더군요. 한사코 사양했습니다. 시집가는 큰딸에게 제대로 해준 것도 없었거든요. 그런 큰 딸이 제게 "나 결혼하는데 이렇게 잘 키워준 작은 선물이에요. 당분간은 아이 키운다고 회사도 못다니니깐 차 쓸 일이 없어요."라고 합디다. 콧잔등이 시큰했습니다. 딸 아이가 떠나가면서 남겨둔 경차 모닝. 그렇게 작은 하양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막상 저만의 차가 생기니 너무 좋았습니다. 남의 차 얻어만 타고 다녔던 예전과 달리 같은 방향의 동료도 태워주고, 드라이브도 자주 다녔습니다. 회사 생활을 이 녀석과 하니 자신감도 더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제게는 늦둥이 막내 아들이 있습니다. 이 녀석도 독립하게 되었지요. 운전하길 싫어하던 아들이 회사 차를 몰고 다니기 시작하더니 차가 필요하다며 아이 아빠 차를 가져 가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정년 퇴임하고 집에만 있으니 쓸 일 없다며 아들에게 양도했지요. 그러나 서운하고 헛헛한 그 마음... 저는 잘 알지요.

남편은 저의 퇴근 시간만 기다립니다. 그래야 외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운전대를 꼭 남편이 잡습니다. 제 차인데...
남편은 암환자입니다. 예방 차원에서 뇌에도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깜박깜박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운전대를 잡는 것이 제게는 걱정이라 차를 탈 때는 우리 부부가 언제나 함께하려했습니다.

작년에... 사고가 났습니다.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웠던 때였습니다. 당시 위중했던 시아버님께 남편 혼자서라도 갈 거라고 서둘렀나 봅니다. 간단한 접촉 사고라 다행이었습니다.

올해... 또 사고가 났습니다. 제가 운동을 나갔을 때 남편이 저를 위한답시고 혼자 시장 다녀 오려다 앞 차와 충돌하였습니다. 휠 축이 틀어져 견인해야 했습니다. 견적도 꽤 나왔습니다.

수리 비용이 커서 차를 바꿔야 할지 고쳐야 할지 고민 되었습니다. 요즘 신차는 옵션이 좋아 사고 예방 효과도 크다 하니 남편이 운전하더라도 걱정이 덜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더 이상 본인이 운전하지 않겠다고 하네요. 그렇게 말하는 남편의 어깨가 작아 보여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 하양이를 계속 타기로 했습니다. 새 차를 사는 비용도 부담이지만 딸 아이가 주고 간 하양이에 대한 애정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덜덜덜덜... 오늘도 새벽을 뚫고 달리는 출근길이 즐겁습니다. 사고 후 차량 소음이 나긴 하지만 달릴 수 있을 때까지 함께 달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요즘 나오는 새 차들은 각종 옵션도 많던데 나이 많은 우리 하양이는 나이 많은 저처럼 단순한 녀석입니다.

매일 퇴근하기 전 남는 시간에 손 걸레로 하양이를 닦습니다. 세차장에 가본 적이 없는 하양이지만 언제나 하양이는 제 손길 덕에 빛납니다. 그래서 제 눈에는 신 차같은 느낌입니다.

나이가 드니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입디다. 저와 저의 가족들, 제 글을 읽는 모든 분들, 그리고 저의 하양이도 오래오래 건강하도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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